청년 다시 모이는 곳 '세 가지' 공통점 ①외지 청년 ②개방적 문화 ③초연결 생활
청년 다시 모이는 곳 '세 가지' 공통점 ①외지 청년 ②개방적 문화 ③초연결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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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여 년간 '균형발전'을 외치지 않은 정부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더 벌어졌고, 지방소멸 위기는 이제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저출생, 가계부채 상승으로 이어지는 지방소멸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0%대로 끌어내릴 수 있는 최대 리스크입니다. 이런 기로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시작으로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한국일보는 지방을 떠난 청년들의 시선으로 위기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전문가들과 해법을 모색해봤습니다.
충북 충주시 관아골 일대에서 열린 '충주잔치 새마을금고 대학생대출
with 대만' 행사에 참가한 국내외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지난 13일 '고티 맨숀' 마당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고티 맨숀은 염소탕집을 리모델링해 만든 복합공간이다. 청년 사업가들은 이곳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월세를 내는 대신 매달 열리는 지역사회 행사에 동참한다. 보탬플러스협동조합 제공
# 자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인턴
영업자들이 높은 금융권 연체율과 폐업률로 신음하는 요즘 관아터가 있는 충북 충주시의 구도심 성내동·충인동은 이 흐름에서 역행 중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집계한 관아터 인근 골목(관아골) 핵심 상권 소매점들의 총매출액은 지난해 3월 5억5,804만 원에서 올해 3월 6억3,826만 원으로 14.4% 늘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감각의 상가와 복합 문화개인자영업자대출
공간이 들어서며 생긴 변화다. 공사장 인부 장기 투숙으로 연명했던 숙박업소들에도 관광객이 들이닥쳐 작년 3월 936만 원이던 월 매출이 올해 같은 달에는 1,308만 원으로 40% 가까이 뛰었다.
# 혁신도시나 신도시가 들어서면 근처 지자체는 인구 유출로 몸살을 앓기 마련이다. 세종시를 곁에 둔 충남 공주시도 마찬가지. 공주에 직장이 있어직장인 영어회화
도 주거 환경이 깔끔한 세종에서 출퇴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14년 11만3,621명이었던 공주 인구는 지난해 10만1,285명으로 10% 이상 줄었다. 한데 2022년부터 전에 없던 일이 시작됐다. 전입자가 전출자를 초과한 것이다. 네 자릿수로 줄었던 인구 감소세도 세 자릿수로 둔화했다. 서울 한복판을 압축해 옮긴 듯한 공주 구도심의 매력을 알아본 합자회사설립
외지 청년들이 몰린 덕이다. "대역전극을 써 보자"는 소리도 들린다.
과거 충주와 공주는 인근 지역을 호령하며 흥했지만 산업화 때 소외됐다는 아픔을 공유한다. 최근에는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의 반세기 노력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데도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추가됐다. 두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에서는 지역 소멸을 막을 수한국 자동차 회사
있는 해법이 엿보인다.
'핵심 전력' 외지 청년
충주 성내동·충인동 상권 매출 변화. 그래픽=송정근 기자
충주와 공주, 두 도시의 소멸 극복 정책은 도심재생, 출산 장려, 청년아이폰 인터넷
정착 지원 등 여느 지자체와 다를 바 없다. 눈에 띄는 것은 그 정책 위에서 마음껏 뛰노는 외지 청년들이다. 이들은 역사와 전통의 구도심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브랜드화하고,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충주 토박이 전찬덕(68) 전 충주문화원장은 16일 "나고 자란 이곳이 너무 익숙해 우리만 가진 고제테크방법
유 자원의 가치를 제대로 몰라봤다"며 "최근 동네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은 기획력과 추진력을 갖춘 새로운 시각의 청년들이 지역에 들어온 덕분"이라고 단언했다.
전국에서 발길이 이어지는 관아골은 이달 12~15일 대만 로컬 크리에이터 15개 팀까지 찾았다. 외국인이 충주에 떼를 지어 온 것도, 숙소 부족 사태도 토박이들은 예상치 못했던 '주택담보대출 상환기간
사건'이다. 일련의 변화 뒤에는 남편을 따라 이주한 뒤 다양한 활동으로 외부 청년들에게 충주를 알린 박진영(45) 보탬플러스협동조합 대표, 서울에서 도시재생 컨설턴트와 구두 디자이너로 일하다 관아골에 '세상상회'를 차린 이상창·이세은(41) 부부가 있다.
지역 소멸 극복을 지원하는 행정안전부의 김원한 사무관은 "소멸 극복을 위한 물리적 토우체국 희망적금
대가 훌륭해도 그걸 운영할 주체나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민간과 행정 영역을 연결하는 청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변화"라고 강조했다.
공주에도 이처럼 중간조직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다. 구도심의 낡은 한옥에 매료돼 잘 다니던 공기업을 그만두고 7년 전 가족과 내려온 권오상(49) 퍼즐랩 대표가 첫손에 꼽힌다.
'크로스 본능' 느슨한 관계
눈에 띄는 것은 이 역동적인 지역 플레이어들이 도시 전체가 아닌 생활권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 주민에게는 자부심으로, 외지인에게는 개척자나 선구자로 각인됐다. 이후 인근 지역의 개척자와 교류하며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권 대표는 "경험을 쌓은 직원들은 더 좋은 조건으로 주변 지역 공기업 등으로 취업하거나 지역에서 창업한다"며 "이 과정에서 서로의 네트워크가 확장돼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나간 직원 자리에는 새 청년이 들어와 지역에 남는 선순환 효과도 생겼다. 공주시는 도심재생, 한옥 신축 사업이란 기반 위에서 마을 전체를 수평 개념 호텔로 꾸리기 위한 퍼즐랩 등 민간의 다양한 사업이 진행돼 관련 창업이 줄을 잇고, 구도심 매력도가 상승해 청년들을 불러 모으는 것으로 분석한다.
공주 구도심에서 카페, 숙박, 공간 대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퍼즐랩 직원들이 자신들의 감성을 녹인 카페 '체스넛 프렌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1년 전 서울에서 이주한 박지원(31) 스테이 매니저, 5년 전 서울에서 내려온 대구 출신 박진서(30) 퍼즐랩 이사, '고졸'로 불리는 공주대 관광학과 졸업반 손규진(25) 브랜딩 매니저, 패스트푸드점과 제조업 현장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손현수(28) 체스넛 프렌즈 점장. 공주=정민승 기자
학연과 지연, 혈연, 종교를 통한 끈끈한 관계(스트롱 타이)가 아닌 '인연 없음'에 가까운 느슨한 관계(위크 타이) 문화도 두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특징이다. 먼저 정착한 외지 청년이 텃세가 덜한 지역 청년들과 교류하고, 거기에 새로운 사람들이 합류하며 형성된 개방적 분위기와 그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종류의 느슨한 관계가 많은 실험과 공동 작업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 토대 내지는 문화적 기반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청년들은 정규 교육보다 느슨한 관계 속에서 어울리고 놀면서 더 많은 걸 배우고 내공을 쌓는다"며 "지방 청년이 서울로 가는 것도 결국 더 많고 다양한 느슨한 관계를 찾아서"라고 설명했다. 지역도 일자리와 정주 여건을 갖춰야겠지만 다양한 교류와 협업 기회를 제공한다면 청년 유출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박 대표를 중심으로 충주에서 다양한 청년들이 교류하기 시작하면서 충주 밖으로 나갔던 청년들이 돌아와 창업하는가 하면, 토박이 청년들도 인근에서 종합상가 등 새로운 사업을 펼치고 있다. 박 대표는 "교류 판이 커지자 관아골에 지역 예술가보다 타 지역 예술가들이 더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멀지만 가까운' 광역생활권
충남 공주시 전입·전출자 추이. 그래픽=송정근 기자
두 지역의 청년들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를 베이스로 행정적·정서적 경계를 넘나들며 성장한다. 서울살이를 접고 공주로 온 대구 출신 박진서(30) 퍼즐랩 이사는 "서울의 친구들은 '그 좁은 데서 어떻게 사냐'고 하지만 세종 대전 천안 청주 등 1시간 내로 닿는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 일도 하고 연애도 하다 보면 서울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행정구역을 넘나들면 서울에서 누렸던 것의 상당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동 거리가 더 길지 몰라도 이동 시간은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움직이는 것과 별 차이 없는 점도 지방 생활의 매력이다. 홍준현 중앙대 교수는 "웬만한 인구 규모가 아니고선 한 지역이 모든 기능을 다 갖추도록 할 수는 없다"며 "혁신도시 등 각 도시들은 주변 지역과 연계한 발전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거주지를 중심으로 주변 도시 두세 곳을 오가며 권역 단위 생활을 하는 이들이 서울에서보다 높은 만족감을 표시해도 서울 출신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 권 대표는 "지자체 한 곳을 서울과 일대일로 비교해 '지방 생활은 불편하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초광역권, 거점도시 단위 균형발전 정책 외에도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생활권과 생활권을 연결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중심 균형발전 정책 바뀌어야"
지역소멸대응기금 사업 분야. 그래픽=김대훈 기자
다양한 지역을 넘나들며 생활하는 박 이사처럼 청년들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활동할 때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 도태된다는 위기감에 좌절한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혜수 경북대 교수는 "서울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각 혁신도시로 이주는 했어도 교류하던 이들을 모두 서울에 두고 온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외로운 상태"라며 "혁신도시 또는 그 주변 도시에서 새로운 관계를 찾지 못하거나 만들지 못하면 아무리 고액 연봉 직장이라도 심리적 고립에서 오는 삶의 질 하락을 피할 수 없다"고 짚었다. 주변 도시와의 연계 발전 전략 등으로 해당 지역의 부족한 점을 보충하지 않는 한 청년 이탈을 막기 힘들다는 의미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정책 결과물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거나 따로 노는 하드웨어 중심 국토 균형발전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연 1조 원 규모 지역소멸대응기금을 운용하는 행안부가 지난해 물리적 기반시설 조성에만 쓸 수 있는 기금의 활용 범위를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한 소프트웨어 사업 전반으로 허용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지역 소멸 대응 위한 소프트웨어 사업 건수. 그래픽=김대훈 기자
지역균형발전사업 평가자문단장을 지낸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지역 발전에 청년들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대지만 10조 원이 넘는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를 봐도 이들의 활동을 지원할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는 도외시되고 있다"며 "건물과 도로 건설, 산업단지 조성 같은 하드웨어 중심의 균형발전 정책을 공동체 복원, 다양한 커뮤니티 지원 같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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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상> 청년, 지방과 헤어질 결심
• ‘최고의 직장’을 떠날 결심 “너 여기서 계속 살 거야?”(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218210001385)
• "떠난다면, 보내 줄 수밖에"... 청년도, 기업도, 경쟁력도 놓치는 지역의 속앓이(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000180002963)
② <중> 오답 속 청년을 부를 해법
• 10년째 주말이면 고요한 혁신도시... "수도권 쏠림에 질식사할 지경"(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214540005674)
• '해수부 부산 이전' 포문 연 이재명 정부 균형발전, 성공 열쇠 3가지(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0416270005449)
③ <하> 다시, 함께 성장하는 그곳
• "여성을 붙잡아라"... 청년 돌아온 일본 지자체의 '여성 친화 마을 만들기과'(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615490005581)
• 청년 다시 모이는 곳 '세 가지' 공통점 ①외지 청년 ②개방적 문화 ③초연결 생활(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611500001960)
• "지역 균형발전? 당사자성 충만한 주체 발굴해 지원해야"(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617540005296)
세종·충주·공주= 정민승 기자 [email protected]